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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이직을 준비하며.

나는 대학교시절 들어가고 싶었던 IT 회사에 붙었다. 

당연하게도 환상이 있었다. 모두가 뛰어난 개발자라는 그런 생각. 리눅스는 가뿐하게 다루며 프론트, 백엔드를 망라하는 지식을 갖추었으며 원하는 프로젝트쯤은 한두시간 안에 뚝딱뚝딱 만들어내리라는 그런 환상 말이다. 훌륭한 코딩 컨벤션이 있으며 문서화는 철저하고, 코드리뷰와 기술나눔이 활발한 그런 회사생활을 상상했다. 

 

그런데 안에 들어와서 본건 너무나도 달랐다. 기본적인 툴조차 거의 다루지 못하는 n년차 개발자도 있고, 코드리뷰는 없으며, 의미없는 회의들이 지속되며, 시니어와 리더는 주니어에게 기대하는 것도, 시키는 것도 없었다. 여러 사정들로 나는 늘 무력감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다들 이렇게 사는건가. 회사는 원래 다 이런건가. 아닌데, 여기는 분명 좋은 회사인데.

 

우울함을 회사가 주는 안정감과 자부심으로 덮고 달래며 버텼다. You are not your work! 회사는 내가 아니고, 일은 내가 아니다. 일에서 오는 무력감과 회사의 네임밸류에서 오는 자만감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다가도 무력감이 너무 강해질 때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사실, 자만감과 의기소침함은 같은 감정이다. 나만의 실력, 나만의 본질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여러번 무너져내리면서 스스로가 인정욕구가 강하고 자기효능감이 중요한 사람이라는걸 알게됐다.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다는걸,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회피성향도 있다는걸 알게됐다. 중간중간 한번씩 일을 잘 해내곤 하면 정말 세상이 날아갈 것 처럼 기뻤다. 반면 일이 없어서 스스로가 무가치하게 느껴질 때는(이런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도 한없이 무너졌다. 그렇다고 이런 감정들을 무시하고 자기개발을 하고 이직준비를 하기에는 나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감을 잃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여태까지는 무너져도 어느정도 기간안에 회복이 되곤 했다. 그런데 얼마전에 무너진 후에 나는 도무지 다시 일어날 힘이 없었다. 스트레스와 우울감, 불안감, 무력감이 극에 달했다. 내가 개발이란걸 다시 할 수 있을지 앞이 깜깜했다. 코드를 보는게 고통스럽고 무서워서 회피했다. 힘들고 괴로운 날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꾸기로했다. 내 습관과 오래된 잘못된 생각들을. 그러면서 이직을 준비하려한다. 

 

기억하고 되뇌일 말들

-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너는 너다. Just be yourself.

- 못하는 것보다 아예 안해본게 훨씬 나쁘다.

- 지금 아니어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때야 :)

- You are not your feelings.

- 구원은 셀프!

-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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